더 큐어(The Cure) - 이 영화를 보고 나온 내 마음은 뭘료 치료할 수 있을까요
비슷한 시기에 이니스프리가 저렇게 생긴 화장품을 광고했었다. 기시감 어쩔거야...
공식 포스터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음에 들어서 가져온 사진. 출처는 이곳
"이 영화를 보고 나온 내 마음은 뭘료 치료할 수 있을까요"
기대하고 보러 간 영화였다. 개봉 첫 날에 보러 갔는데.... 첫 시간대에 보고 왔는데....
초반에는 진짜 너무 지루해서 하품 계속 나왔는데, 중간의 흡입력과 미스터리, 그리고 적당한 고어는 결국
막판으로 갈수록 오페라의유령을 보는지 터미네이터를 보는지 브이를 보는지 나도 모르겠다.
심리 스릴러라고 마케팅이 되어있었는데, 절대 아니다. 고어 스릴러라면 모를까. 하지만 잔인한 장면, 혹은 징그러운 장면이 몇 번 나오지만 이걸 주(主)로 기대하고 가기에는 역시 아쉬운 영화이다. 사람들이 징그러움을 느끼는 아주 대표적인 상징물들을 이용했고, 깜짝 놀래키는 장면들이 나오지는 않는다. 중반부까지의 사건 진행은 소재, 음악, 인물들이 서서히 분위기를 끌어올리다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방식이다. 다만, 이 해소도 완전한 해소는 아니고 또 다른 사건에 대한 긴장의 여지를 남긴다.
긴장감의 진폭은 커지는데, 사건이 해소되고 난 다음의 골은 점점 높아지고 파장은 짧아지고 진폭은 점점 커지는 느낌. (설명 잘 하고 싶다.... 그래프 첨부하고 싶다.... 그림 잘 그리고 싶다...)
아직도 스토리는 이해가 안 된다. 개연성은........ 어쩔 수 없다. 아니 급한 일로 빨리 해결하라면서 그렇게 연락이 안 되는데 회사 사람들은 병원이랑 록허트한테 연락할 생각을 안 하냐?? 쓸데없는 장면을 넣어 러닝타임이 지나치게 길어진 것도 있고....
너무 기대해서 아쉬워진 영화.
의심할 수 없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영상미
스위스를 배경으로 펼쳐진 자연, 색감, 그리고 요양원의 외관은 더할나위 없이 아름답다. 뉴욕의 건물들이 종(縱)의 느낌을 준다면, 기차를 따고 떠나는 그 순간부터 횡(橫)의 화면이 펼쳐진다.
또한 상황이나 스토리는 별개로 배우 개개인의 연기력은 작년에 본 영화 중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다. 주인공을 쥐어짜는(...?) 영화에 특화된 데인 드한의 분위기와 연기력, 그리고 해나 역을 맡은 미아 고스는 안개에 가려진 미지의 신비로움, 그 자체를 형상화 한 것 같았다. 사람을 홀린다는게 이런 거구나, 싶을 정도로 마을에서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춤추는 해나의 모습이 정말 인상깊었다.
키워드는 의심,
주인공의 시선에서 현상에 가지던 의심이 주인공에 대한 의심으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나의 기대와 선택에 대한 의심으로.
록허트는 뉴욕이라는 외부에서 요양원, 마을의 내부로 들어가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알고 있는 안전한 테두리 내부에서 위험이 도사린 외부로 나간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요양원과는 달리, 현실적인(세속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의 의심이 처음에는 매우 합리적이다. 관객은 요양원을 타자로, 록허트를 스스로와 동일시한다. 하지만 자동차 사고를 당한 후 병원에 입원하고 수중치료를 받게 되면서부터, 환각을 보게 되는 주인공을 처음으로 의심하게 된다. 격한 탈출 시도로 병원이 절대악(惡)이라는 의심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조력자 덕분에 주인공에 대한 신뢰는 회복되지만, 오히려 전설을 듣고 또 결말 장면을 보면 주인공을 의심하게 되고, 내가 본 장면 전부를 의심하게 된다.
진짜로 무서운건 물
많은 장면에서는 클리셰를 이용했지만, 물과 불의 의미가 일반적인 생각과 반대로 사용되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더 큐어에서 괴기스러움과 소름, 징그러움을 느끼는 이유는 여태까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징물들로 심상을 유발했다. 뱀(장어?), 개구기, 적나라하게 썩어가는 동물의 사체, 일반적으로 불을 파괴와 멸망, 갈등의 소재로 인식하고 물은 안정, 정화, 평화를 의미한다. 다만 여기서 사용되는 물은 흘러가는 물이 아니라 고여있는 물이라는 점이다. 너무 깊어서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지경인데, 게다가 그 색도 혼탁하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라고 하지만, 과연 저 고인 물에서 어떤 생명이 자라났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물에 무언가가 들어갔다면. 그렇게나 강조하는 물이지만 오히려 물을 마시면 사람들이 죽어간다면. 그리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나온 물이 삶과 죽음을 결정하게 된다.
반면 불은 정화의 의미다. 구속과 억압을 풀어내는 수단임에 동시에, 악의 몰락을 선명하게 나타내는 표시이다. 엄석대의 방화와는 엄연히 다른 것이고, 카타르시스가 화(化)한 화(火)가 된 것이다.
영상미와 스토리는 반비례하는가, 를 의심하게 만들어준 작품 더 큐어. 해나가 욕조에 뱀과 함께 있는 장면은 정말 반짝 하고 지나간다. 내 별점은 3.5점. 물론 10점 만점 기준으로.